[FGO 백합ss 번역] 다정한 괴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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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ate/GrandOrder #ぐだ子 優しい怪獣 - TΛらればの小説 - pixiv

픽시브의 TΛられば님에게 번역 허락을 맡고 업로드한 킹프로테아x구다코 백합ss입니다.

원본 링크도 한번씩 들어가주세요!

 

 

긴 레이시프트였다.
칼데아를 비운 날짜는 8일간.
처음엔 이렇게 길어질 예정은 아니었지만, 거듭되는 트러블로 금방 끝날 간단한 일이 꽤 오래 걸리고 말았다.
마침내 돌아온 칼데아는 어딘가 향수마저 느껴졌는데, 얇은 침낭과 딱딱한 땅 위에서 7박 8일을 보내서 그런지 새하얀 시트와 부드러운 매트리스가 그리웠다.

내 다리는 곧장 마이룸으로 향한다.


찰칵, 하고 잠금을 해제.
자동으로 열리는 문.
깜깜한 방에 들어가, 불을……하고 벽에 손을 댄 순간, 폭신한 무엇인가가 만져졌다.

"……응?"

손에 닿는 카펫 같은 감촉, 벽처럼 가로막고 있는 이건 뭘까. 놀라움에 피로도 잊은 채, 내가 다시 그것을 어루만지려는 순간 쏟아지는 듯한 목소리가 들렸다.

"아, 저기, 어서 오세요. 마스터."

깜짝 놀라서, 쓰다듬고 있던 손을 진짜...벽으로 옮겨 탁하고 불을 켰다.  그곳에는, 얼굴 가득 미소를 띈 킹프로테아가 빈틈없이, 마이룸 안에서 무릎을 껴안고 앉아 있었다.

"응, 다녀왔어, 프로테아."

일단 인사를 건내고 나니, 프로테아는 더욱 미소를 지었다.
어째서, 여기에? 라고 생각했지만 바로 이해할 수 있었다. 그녀의 성질, 아니 그 자체라고 할 수 있는 '갈애'를 생각하면 간단했다.

"미안해. 칼데아를 오래 비우고 있어서 배가 고파졌니?"

사랑을 원하는 킹프로테아는 언제나 배가 고프다. 그러니, 늘 내 사랑을 원해왔다. 그런데 이번에는 여드레나 자리를 비워 버렸으니 분명 배가 고픈 게 틀림없고, 그러니까 방까지 와서 나를 기다리고 있었던 거겠지.
'처음부터 이렇게까지 오래 걸릴 줄 알았다면, 함께 레이시프트 했을 텐데'하고 허술했던 예상에 대한 반성을 담아 내가 사과를 하자, 프로테아는 손바닥을 위로 향해 나의 눈앞에 내려놓았다.

"마스터, 지치셨죠? 여기 앉아주실래요?"

여느 때 같았으면 꼬르륵 배가 고파졌습니다. 하고 모든 것을 뒷전에 둔 채, 그야말로 내 사정따윈 무시하고 사랑을 원했을 그녀가 그렇게 말했다.
물론, 그렇게 한결같이 나를 찾아오는 그녀의 모습이 싫었던 적은 없다. 칼데아에서 내게 서슴치않고 말을 걸어 주는 사람은 적었기 때문에, 오히려 굉장히 기쁘다.
하지만, 그런 그녀가 지금은 어째서인지 (나를)신경써 주고 있다.

그럼, 사양 않고.
나는 그녀의 손가락 위에 걸터앉았다. 따뜻하고 보드라운, 신기한 감촉. 서 있기조차 지쳤던 나에겐 그것만으로 레이시프트의 피로가 풀리는 것 같았지만, 프로테아가 이걸로 사랑을 받을 수 있을까 걱정이 되어 물었다.

"여기 앉기만 해도 돼?"
"네. 거기서, 제 얘기를 들어주실래요?"

왠지, 프로테아가 어른스러워 진 것 같았다. 겨우 8일 동안 만나지 못했을 뿐인데, 어떻게 된 일일까? 거기 대한 걸 지금부터 말해 주려나.

"무슨 일이야? 배고파서 방에 온 거지?"
"아뇨, 저, 사실 있잖아요. 배는 안 고파요."
"엇"

이런 일이 일어날 수 있는 걸까? 8일이나 못 만났어도 배가 고프지 않다니, 무엇보다 그녀가 배부르는 것이 가능한 일인가? 의문을 늘어놓은 후에, 나 이외에 사랑을 주는 사람이 생기지 않았을까? 하는 결론이 나왔다.

"혹시 누군가로부터 사랑을 받았니? 그, 나 말고 다른 사람이라던가."

기뻐해야 할 일이라고 생각하면서도 약간 쓸쓸했다.
내가 아니더라도, 그녀는 사랑을 받는다면 어린 아이처럼 좋아할 것 같아서.
그것은 사랑을 득과 실, 겉과 속처럼 카테고리로 나누지도 않고 그저 그 자체로 받아들이는 아름다운 순수함이다. 그리 이해는 하고 있었지만, 역시 좀 석연치 않았다.

"아뇨, 아니에요! 당신이 주시는 사랑 말고는 받고 있지 않아요! 제가 항상 원하는 건 당신으로부터의 사랑 뿐이니까요."

올려다보니 프로테아의 뺨은 붉게 물들어 있었다.
나는 자연스레 고맙다는 말을 했다.

"아, 아뇨. 저기, 저, 아마도 이제서야 알게 된 거 같아요."

또다시 부끄러워하면서, 나를 바라보는 거대한 소녀에게, 뭐가? 하고 상냥하게 되물었다.

"저, 마스터한테 사랑받고 있다는 걸 이제야 알게 됐거든요."

프로테아의 눈동자는 빨려들어갈 듯 반짝반짝 빛났다. 보물을 발견한 것처럼, 찾아해메던 것을 겨우 발견했을 때처럼. 그리고, 그것들은 한마음으로 나를 향해 있었다.
어쩜, 눈이 이렇게 예쁠까. 그런 생각이 드는 이유는 눈이 날 향해 있기 때문일까.
나는 시선을 마주한 채 물었다.

"그건……아니. 그렇게 생각했을 때의 일을, 자세히 말해 줄래?"
"네. 잘 설명할 자신은 없지만, 당신에게 들려주고 싶어요."

고개를 깊이 끄덕였다.
눈앞의 프로테아에게 집중하니, 이제 레이시프트의 피로함은 사라져 있었다. 그 감각은 그녀를 얼마나 소중히 여기고 있는가에 대한 표현이기도 했다.

"사실은, 마스터가 레이시프트를 가신 후에 곧바로 배가 고파져서 저도 따라갔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지만, '빈집을 잘 부탁할게'란 말을 들었기에 제대로 기다리고 있었어요. 그런데 이틀이 지나도 사흘이 지나도, 마스터는 돌아오지 않았고, 스태프 분들도 어수선하신 것 같아서... 그래도 기다렸어요. 당신이 잘 부탁한다고 했으니까. 그래도, 저, 참을 수가 없어서 당신 방으로 가려고 했어요. 조금이라도 마스터를 느낄 수 있다면 꼬르륵 소리가 멎지 않을까 하구요."

더듬더듬 내가 없었을 때의 일을 말하고 있다. 그 이야기를 놓치지 않기 위해, 조용히 고개를 끄덕이며 귀를 기울였다.

"마스터의 방으로 가다가 어떤 분을 만났어요. 분명히 세헤라자드 씨라는 이름이었는데, 처음에는 저를 보고 파랗게 질리셨지만, 이야기를 해보니 굉장히 좋은 분이셨어요. 말투도 목소리도 너무 예쁘셨고... 제 이야기도 들어주셨어요. 그래서 그 사람한테 말했죠. 두고 가서 외롭다고, 마스터를 따라가고 싶었다고."

그랬구나, 미안해. 하고 조용히 말하면, 프로테아는 "아뇨! 저어, 마스터가 잘못한 게 아니니까요!"하고 당황한다. 동시에 앉아있던 새끼손가락이 살짝 흔들렸다.
그리고, 다시 프로테아는 말을 이었다. 

"그런 저의 말들에 세헤라자드 씨가 '마스터로부터 당신 이야기를 들었다'고 하셨어요. 처음에는 듣기에 좀 겁이 났어요. 마스터를 믿고 있지만, 어떤 말을 했을지는 잘 모르니까요. 그리고 대부분의 사람들은 너무 크다, 무섭다면서 그런 식으로 저를 손가락질 하거든요. 그런데, 아니더라구요. 세헤라자드 씨는 마스터가 항상 걱정을 하고 있다고 말하신 거예요. 저는 적에게 공격을 받기 쉽고 표적이 되기 십상인데도, 상처입지 않았으면 해서 레이시프트에 데려가는 걸 고민하고 있다고, 그렇게 들은 적이 있다고 슬쩍 알려주셨던 거예요."

세헤라자드에게 고백했던 본심.
어쩌다 그런 이야기를 했는지는 기억나지 않지만, 무심코 해 버린 그 말을 그녀는 기억하고 있었구나 하고 부끄러움에 머리를 긁적거린다.

"그런 일이 있었구나."

프로테아는 그런 나의 말과 행동을 보고 진짜라는 걸 알았는지 더 밝은 목소리로 말했다.

"네. 저, 그 말을 듣고 너무 기뻤어요. 그치만 전 그런 건 신경쓰지 않으니까, 상처입는 것보다 마스터 옆에서 사랑받을 수 있다면 그걸로 괜찮다고 했는데, 세헤라자드 씨가 다시 말했어요. 마스터는 죽는 게 두려운 나를 이렇게 될 수 있는 한 칼데아에 머물게 해주는 거라면서, 그게 그 사람의, 마스터의 사랑이라고. 그러니까 저를 귀하게, 칼데아에서 기다려 주라던 말은 사실 무엇보다 절 소중히 여기고 있는 당신이 보내주는 사랑이었다는 걸 알게 됐어요."

터무니없이 엄청난 것처럼 들렸다.
남이 말하는 나의 주어 마땅한 애정은 제법 대단한 듯 했다. 아니, 분명히 프로테아가 아주 굉장한 것처럼, 거창하게 이야기해 주고 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나는 또 부끄러워져서 괜히 손가락을 놀리며 그렇게 대단한 일도 아닌데, 라며 웃었다.

"그런데, 그런데요, 그때, 저, 갑자기 배가 불렀어요. 그냥 있었을 뿐인데, 칼데아에서 당신을 기다리고 있었을 뿐인데, 가슴이 따끈따끈해졌어요. 아아, 그렇구나. 만지는 것뿐만이 아닌 사랑이 있구나 싶어서. 당신에게서 언제나 큰 사랑을 받고 있었다는 걸, 저, 이제야 알았으니까요."

그래서, 얌전히 기다렸어요.
프로테아는 조용히, 그리고 자랑하듯 말했다.

겨우 8일. 게다가 떨어져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프로테아는 상당히 성장해 있었다. 그것도 나의 사랑으로. 아니, 프로테아가 상처받길 원하지 않았던 나에게는 당연한 일이었지만, 그럼에도 함께 있지 않아도 통하는 사랑.
나의 행동이 그렇게 아름다운 것이었다니, 오히려 내가 배우게 되었다.

"고마워, 프로테아."
"어, 어째서 마스터가 감사 인사를 하시나요, 감사해야 할 쪽은 저인데."
"아냐, 말하게 해줘. 나의 그런 사소한 행동까지도 큰 사랑이라고 말해 줬잖아."

그 이야기에 프로테아는, 다시 어른스러운 다정한 미소와 눈빛을 한 채 답한다.

"사소하지 않아요. 너무나도 커서, 당장이라도 넘쳐버릴 것 같아요. 당신의 사랑이."

누군가는 채워지지 않을 거라고 말했지. 손쓸수 없게 될거란 말도 들었어. 그러니 킹프로테아의 마음에 들 일은 하지 말라고. 하지만 봐, 그런 일은 없었잖아. 하고 마음 속 누군가에게 말한다. 그리고, 걸터앉아 있던 프로테아의 새끼손가락에 손을 얹었다.
부드럽게 쓰다듬으니 내 마음도 따뜻해지는 듯했다. 그 마음의 온기가, 내가 프로테아를 특별하게 여기고 있단 것을 명백히 증명한다.

"저기 마스터"
"응?"

천장 근처에서 들려오는 목소리에, 프로테아의 손을 보고 있던 나는 고개를 들었다.

"저를… 신부로 삼아 주세요."

작은 방에 목소리가 울렸다.
나는 놀라서, 침대밖에 없는 방에서 말을 잃었다.

"마스터, 저, 당신의 신부가 되고 싶어요. 불가능하다는 걸, 당신을 곤란하게 만들 거란 건 알고 있지만, 리츠카 씨를 생각하면 할수록 어쩔 수 없이 깨닫게 돼요. 이젠 이미, 귀여우니까 신부가 되고 싶은 것뿐만이 아니에요. 떨어져 있어도 당신과 내가 연결되어 있었으면 좋겠어요."

조금 전까지의 웃는 얼굴이 어느새 울듯한 얼굴이 되어, 프로테아는 괴로워하며 그렇게 말했다.

"프로테아……"
"당신을 생각하고 있어요.…… 아뇨, 분명히, 사랑하고, 있어요."

확인하려는 듯한 고백을 받았다.
프로테아 안에 있던 화살표가, 안으로부터 밖을 향하게 된 것을 느꼈다. 축하해야 할 일이며, 무엇보다도 그게 나를 떠올린 거라면, 더욱 더 기쁘다.
나는 프로테아의 새끼손가락에서 바닥으로 내려와, 똑바로 그녀 앞에 서서 말한다.

"응, 프로테아는 나의--"

말하던 도중,

"잠깐! 뭣들 하고 있는 거예요!"

소리가 나서 문 쪽을 돌아보니, BB가 마이룸으로 쳐들어오고 있었다.

"아아 진짜! 꺼림직한 기색을 느껴서 선배를 트래킹, 그리고 마이룸을 해킹해서 도청해보니까 이지경이에요!"

서슴치않고 다그쳐대는 바람에 내 말문이 막힌다. 프로테아는 뒤에서 어머니가 왜 여기에, 라고 중얼거리고 있었다.

"알고는 있는 거예요, 선배? 여기서 YES라고 답하는 의미를. 여자애의 사랑은 무겁다구요! 그렇게 가벼이 대답해도 되는게 아니에요! 게다가 프로테아라니……"

자신에게서 떼어낸 존재라서 그런지 BB는 드물게 평소의 여유로운 미소가 아닌, 초조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어머니는, 잠자코 계세요! 이것은, 저와 리츠카 씨의 이야기예요. 이 사람한테 물어보고 싶었을 뿐이에요. 안 된다고 해도 괜찮아요, 전 그저 대답을 듣고 싶을 뿐이니까요."

BB는 그런 프로테아의 말은 듣지 않겠다는 듯이 나만 바라보고 있었다. 결코 고개를 끄덕여서는 안 된다는 의미만이 전해져 온다.
그래서, 나는 숨을 들이마시고 천천히 먼저 BB에게 대답했다.

"나, 프로테아를 사랑하니까, 그러니 함부로 NO라고 할 순 없어."

BB는 어이가 없다는 듯 한숨을 내쉬었다.

"뭘 회유당하고 있는 거예요, 언젠가 저 애한테 잡아먹힐 거라니까요. 그건 알고서 하는 말이에요?"
"회유가 아냐. 내 마음은 그런 게 아니야. 그리고 먹히지 않을 만큼의 사랑을 나는 반드시 줄 수 있으니까."
"말이야 쉽죠. 갈애를 그렇게 얕보지 않는 게 좋을걸요."
"아니, 그것도 아니야. 프로테아는 사랑에 굶주린 에고가 아니라, 사랑이 있으면 언제든지 충족될 수 있다고, 그렇게 믿는 여자아이야."

딱 잘라 말하며 BB를 바라보니, 뭐라 말하려 하더니 갑자기 협박처럼 "좋을 대로 하시던가요, 이제 어떻게 되도 모르니까요!"라며, 허둥지둥 방을 나갔다.
어찌된 일일까. 그렇게 생각함과 동시에 철퍼덕 하고, 양동이로 물을 쏟는 소리가 나서 뒤돌아본다.
거기에는 굵은 눈물을 흘리는 킹프로테아의 모습이 보였다.

"왜, 왜 그래!? 프로테아!"

복도로 새어나가지 않고 발밑에 고여가는 눈물. 방음이 된 마이룸이긴 하지만 물조차 빠지지 않을 정도로 완벽하게 밀폐돼 있을 줄은 몰랐다.
내가 다리를 움직이자 눈물이 뚝뚝 떨어졌다.

"나 뭔가 심한 말을 한 거니?"

프로테아는 나에게 머리카락이 닿지 않도록 작게 고개를 저었다.

"넘쳐흘러서 멈추질 않아요. 당신이 주는 사랑이 너무나도 많아서. 이것이, 분명히, 채워진다는 느낌인 거네요."

두 손으로 눈물을 멈추려고 눈을 문지르는 프로테아.
방의 수위가 올라가고 있었지만 어쩐지 그것조차 사랑스러워, 나는 세워진 다리에 손을 댔다.

"프로테아, 내 신부가 돼 줄래?"

젖은 눈동자가 이쪽을 보며, 몇 번이나 고개를 끄덕였다.

"네, 좋아요. 저, 당신의 신부가 될게요. 저는, 당신만의 신부면서, 또 괴수(怪獸, かいじゅう)예요."

울면서 웃으며 평소의 순진한 모습으로, 크앙-하고 발톱을 세우는 듯한 행동을 하는 프로테아에게, 괴수? 하고 물었더니

"네, 아까 어머니와 리츠카 씨가 그런 말을 하길래."
"에, 아, 그건……"

그 말은 "회유(懐柔, かいじゅう)"라는 뜻이었지만, 확실히 내 마음을 아주 간단하게 짓밟고 빼앗아 가버리는 점에서는 괴수일지도 모른다고 생각하며 후후, 하고 웃었다.

"그래, 나만의 신부이자 괴수구나?"
"네!"

명랑한 대답, 눈물은 복사뼈 정도의 수위로 원만해졌다.

"저, 실은 또 한 가지 꿈이 있는데요."
"응."
"언젠가 당신과 해변에서 살고 싶어요. 수영장이 딸린 큰 집에서."

'크다'는 부분에서 양손을 펼쳐 표현하자, 방의 벽에 간단하게 막혔다. 그런데도 프로테아는 즐겁게 이야기했다.

"그래서, 아침에는 같이 밥을 먹고, 낮에는 수영장에서 헤엄치고, 조금 피곤해지면 낮잠을 자고, 밤에는 같이 별을 보고 싶어요."

상상만 해도 너무 재밌을 것 같다. 나도 머릿속으로 상상해 본다.
우리 둘이라면 어디에 있든 즐겁겠지만, 그렇게 느긋하게, 전혀 방해받지 않으면서 지낼 수 있다면 얼마나 즐거울까. 그런 나에게 갑자기 프로테아는 감사합니다-라며 한 마디 말을 건냈다.

"응? 뭐가?"
"제 상상에 맞춰주면서, 신부로 삼아주겠다고 말하신 거요. 저, 알고 있거든요. 안될 거라는걸, 하지만 그런 꿈에 가슴이 두근거릴 수 있다면, 그걸로 충분하니까요."

그 말투, 마치 이룰 생각은 없다는 식으로 말하고 있잖아.

"어, 방금 얘기들은 앞으로 그렇게 하자는 거 아니었어? 신부가 되겠다는 말도, 정말로 대답을 듣고 싶었을 뿐이었니?"

나의 물음에, 왠지 프로테아가 괴로운 듯이, 시선을 물이 고여 있는 방바닥에 떨어뜨렸다.

"정말로 해버리면, 당신이 힘들잖아요. 저는, 역시 정상이 아니니까요."
"그 말은, 네가 크기 때문이라는 거야?"

프로테아는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애초에, 정상이란 게 뭔데? 하고 말하고 싶었지만, 그런 것부터 이야기하는 것은 아무래도 말이 길어질 것 같았다.
그래서, 나는 프로테아 앞에 똑바로 서서, 올려다본다.

"나, 그 꿈, 절대 포기하지 않을 거야. 오늘부터 내 꿈이기도 하니까."

프로테아는 여전히 그치만, 이라며 중얼거렸다.
그걸 들이켜 삼키는 만큼, 사랑을 담아서 말한다.

"저기, 프로테아. 내 눈을 봐줘. 우린 그냥 조금 눈높이가 다른 것 뿐이야. 그렇지?"

나는 올려다보고, 프로테아는 내려다본다. 이게 뭐가 다르다는 걸까. 누군가가 내용물이니 뭐니 한다면, 그런 건 누구라도 다를 거라고 말해줄 거야.
내가 미소를 짓자 프로테아의 눈동자에서 다시 눈물이 흘러내려, 방의 수위가 올라갔다. 어쩌면 대지가 물을 얻을 때, 이러한 마음을 품고 있을지도 모르겠다.

그리고 천천히, 하지만 조심스레 내 뺨에 닿는 검지.
힘 조절을 실수하지 않으려는 다정한 소녀의 손에 나도 손을 댔다.

"리츠카 씨, 사랑해요. 당신이 좋아요. 당신이 사랑해주셨으면 해요. 하지만, 지금이라면, 이제서야, 저도 당신에게 사랑을 주고 싶어요."

프로테아는, 성장한다.
몸도 마음도, 단 8일 만에 크게 성장했다.
옳은 쪽으로 향하고 있으면 좋겠다만, 그건 아마 내게 달려 있겠지.

8일 후, 1개월 후, 다시 1년 후.
우리들은 어떻게 되어 있을까. 유감스럽게도 내 눈높이에서는 아직 아무것도 보이지 않지만, 그래도 괜찮아.
분명히, 둘이서 꿈을 위해 노력하고 있을 거야. 높이는 달라도 같은 곳을 보고 있는 것만은 나, 확실히 알 수 있어.